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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일타이피(一打二皮) -나의 로또 하린군-

 비틀즈를 좋아하는 하린이는 뮤지션이 꿈이다.

물론 이것도 작년 얘기라 확실할진 모르지만,

 하지만 유투브에 자신이 노래부르는 동영상을 올릴 정도로 열의가 대단하다. 그리고 하린이는 동영상 끝에<울 담임샘 바보!>라고 외치며 마무리를 짓는 센스까지 있으며, 나에게 그것을 확인해보라는 문자까지 보내는 대담한 학생이다. 나도 유투브에 노래 불러서 <이하린 바보!>라고 외치는 복수를 꼭 하겠다고 약속했는데.........아직 지키지 못한 약속 우우우~!



내 생일은 5월이기 때문에 대부분 아이들은 생일 핑계로 스승의 날 편지를 대신 하거나, 스승의 날을 핑계로 생일을 안 챙겨준다.

경제 관념이 투철한 하린이도 역시 올해 일타이피(一打二皮)작전이다.

난 지난 2년동안 하린이 담임을 했고, 올해는 역사교사로 하린과 만나게 되었는데, 하린군 나의 지위하강 ㅡ.ㅡ을 콕콕 찝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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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생신 축하드려요! (편지 쓴 김에 스승의 날 감사도 같이 ㅋ)
하린이는 늘 그랬다. 교사와 숙제 분량 협상테이블을 꾸미고, 한큐에 두세개는 건져보려는 영리함.


이젠 담임 선생님이 아니어서 생일 선물을 드릴까? 말까? 고민했어요 ㅋ(장난이에여 ㅡ.ㅡㅋ)
소심하긴 바로 (장난이에여ㅡ.ㅡㅋ) 라고 밝히냐? 그래도 그 말을 안 붙였다면 좀 서운할 뻔 했다.


하여튼 선물은 샘이 김창완 아찌 좋아하신다길래 이번에 새로 발표하신 The Happiest[EP] 드립니다.


2년이나 저희 열심히 가르켜주시고 보살펴(?) 주셨는데,
물음표는 왜 붙이니? 너 보살펴 준 거 맞아! 맞다고!
그리고 이 자슥! 내가 맞춤법 얼마나 열심히
가르켜(!) 줬는데...

이번 생신카드에는 "계속 저희를 열심히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와 같은 준비된 레파토리는 사용하지 못하게 되서 아쉽네요. (물론 아직도 가르쳐 주고 계시지만.....ㅡㅡ;)
이 말이 편지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너....하고 싶은 말이 도대체 뭐냐?


하여튼 언제나 선생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0.0)
나도 고마워. 언제나.

지금 생각해보면 선생님 같은 선생님 만나기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드네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말이다. 두렵다.

한마디로 좋은 선생님 만나서 운이 좋다고 해야 되나?
휴, 다행이다..

어쨌든 원점으로! 생신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좋은 말 몇 마디 더 할줄 알았는데, 어째 급 마무리?

<샘 탄생일> ㅋㅋ
재밌니?

p.s. 나중에 제 음반 6000만장쯤 팔릴 때 찾아뵈서 Special Edition 음반 한 장 드릴게요.
말만이라도 고맙다. 학생들이 이런 말 할 때가 제일 고맙고 기대된다. "선생님, 나중에 제가 유명해지면 꼭 선생님이 우리 선생님이었다고 말해드릴게요."

가끔은 더 반가운 말, "선생님, 제가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차 좋은 걸로 하나 뽑아드릴게요. " 너 약속지키나 보자! (유승현군!)

마치 당첨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당첨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지갑 속에 넣어 둔 로또와 같은 말들이다. 나는 어떨 땐 정말로 하린이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가 되서 월드투어콘서트를 다니면서 "이 자리에 있기까지 저를 2년동안 맡아주셨던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라고 외치고 다니는 꿈을 꾼다. 많은 소녀팬들이 내가 누군지 궁금해하고, 나를 질투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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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물 편지.

학생들에게서 편지가 오면
몇번이고 몇번이고 다시 읽어본다.
아이들이 그 편지를 쓰면서 들였던 시간만큼
그 시간 안에서 떠올렸을 수많은 단어들, 수많은 생각과 추억들을
나도 함께 떠올리면서 아이들의 모습을 천천히 머릿 속에 그려본다.




하린아,
나도 정말 고마워.
니가 내 학생이라서.












꼭 나중에 소녀 팬들 앞에서 내 얘기 해줘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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