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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이야기/내가.지은.이야기

<미래에 대한 가십> 4탄 -마지막회-


종 신문과 매체에서는 그들의 기자회견을 요즘 유행하는 BGM선곡 형태로 편집하여 그들의 언론윤리를 발휘해보였다. 나는 새삼 내 직업에 보람을 느낀다.

 


BGM Track 1: P는 나에게 얻을 것만 얻고 날 버렸다.

(BGM: 박은신의 ‘슬픈 사랑’) "뭐가 싫었나. 너만 바라 본 내가 부담스러웠나."

 K: P는 처음부터 나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했다. ‘생각녹음기’를 고안해 낸 내가 MT레코드사의 사업에도 도움이 될 만한 인재라고 판단한 것이다. 생각해보니 첫 데이트를 하던 날도 우린,우리 둘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라, <한국 음반 시장의 침체>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그런 아이디어뿐만이 아니라 내 위치, 그러니까 MT그룹에서의 내 지위를 보고서 접근한 것이 분명하다. 매년 감소하는 음반매출상황 때문에 그룹에서 자신의 영향력이 약해지자, 그룹 내에서도 막 파워가 생기기 시작한 나에게 빌붙기 시작한 것이다. P는 나에게서 결국 <개인BGM선곡가> 라는 아이디어를 얻게 되는데, 그건 내가 고안한 <생각녹음기>를 이용해야만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생각녹음기는 사람의 생각을 문자화해서 저장하는 장치이다. 사람의 뇌에 생각녹음을 할 수 있는 저장장치를 심어놓는 거다.


 
  <개인BGM선곡시스템>은 BGM을 주문한 고객의 귀에 칩을 장착하여 그에게 필요한 음악을 선곡해서 들려준다. 개개인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생각녹음기가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 생각녹음기를 위성과 연결하여 그 사람의 생각과 감정상태 등을 MT레코드사의 중앙컴퓨터로 전송하여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영화와 같은 삶을 누릴 수 있으리라는 생각. 그 아이디어는 전적으로 내 생각녹음기에 의해 상용화 될 수 있었다! 역시 <생각녹음기>를 통한 <개인BGM선곡시스템>은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고, P는 사업이 성공하자 나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은혜도 모르는 버러지 같은 인간”.

김콩 기자, kimbean@jib.net




BGM Track 2 : 그녀의 사랑은 집착이었다!



(BGM: 자우림의 ‘밀랍천사’) "차가운 너는 나만의 천사 나만의 것
                                            숨쉬지 않아도 좋아 예예
                                            싸늘한 너는 나만의 연인 나만의 것
                                            말하지 않아도 좋아 예예예예"


P: 그녀를 이용만 하고 이혼을 요구한다는 건 오해다. 난 그녀를 분명 사랑했었다. 물론 지금은 아니다.
 

  그녀는 내가 언제나 꿈꿔오던 가녀린 문학소녀 같은 사람이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사랑의 파국을 그린 책을 너무 많이 본 문학소녀 였던 것이다. 결혼을 하고 조금만 늦게 들어와도 나를 의심했다. 어디 갔다 늦게 들어왔냐. 다른 여자가 생긴 것 아니냐.

 
 아니 결혼하고 일주일도 안 됐는데 그런 말을 하는 법이 어디 있는가? 1년이나 지났다면 모를까……아무튼 정말 악몽 같았다. 1시간마다 꼬박꼬박 보고 전화를 해야 했고, 나의 사회생활은 전혀 용납하지 못했다. 사랑하기 때문이라니……그게 말이나 되나?

“정신병자 같으니라고!”

김콩 기자, kimbean@jib.net




BGM Track 3: 고백, 그를 죽을 만큼 사랑했다.


(BGM: 델리스파이스의 ‘고백)  "하지만 미안해 네 넓은 가슴에 묻혀 다른 누구를 생각했었어 .미안해...너의 손을 잡고 걸을때에도 떠올랐었어 그 사람이~"

 

K: 정신병자라니, 그게 자기 부인한테 할 소리인가? 일이 기왕 이렇게 된 거 다 털어 놓도록 하겠다.


사실  결혼 전  P에게 먼저 관심을 갖고 있었던 사람은 나다. 나는 P에게 관심을 갖고 난 후에 몰래 그가 자고 있을 때, 그에게 <생각녹음기> 를 장착시켰다. <생각녹음기> 속의 모든 자료들은 모두 우리 MT그룹에 있는 중앙컴퓨터에 저절로 저장이 되어 관리된다. 혹시나 하는 파일의 오류로 고객께서 우리에게 원본 파일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K는 여기서 모든 고객의 원본 파일은 철저하게 비밀로 관리 되고 있으니 오해가 없기를 당부했다.)


 어쨌든 P에게 생각녹음기를 장착시킨 후, 나는 매일 그의 생각녹음기를 몰래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역시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 그가 나를 사랑했다는 것은 인정하겠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면 절대로 그의 생각녹음기를 맘대로 돌려 듣지 않겠다고 결심을 했었는데……그게 그렇게 쉽게 절제되지 않았다. 그와 첫날밤을 보내고 난 후 그의 반응이 너무 궁금해서 얼른 회사로 가서 생각녹음기를 들어보았다. 그런데 글쎄 그는 ‘기대했던 것보다 이 여자 별로군.’ 하는 생각을 하루 종일 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그리고 신혼여행에 다녀오자마자 다른 여자들을 보며 하는 생각이란 게……몸매를 쭈욱 훑어보면서 ‘이런 여자랑 결혼했어야 하는 건데.’를 수없이 반복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에게 제가 어떻게 신뢰라는 게 생길 수가 있겠는가.

김콩 기자, kimbean@jib.net



사설: 부부생활, 신뢰가 깨지면 유지될 수 없다.


 P와 K가 서로 사랑을 해서 결혼을 했다는 사실은 결국 밝혀지게 되었다. 일단 슈퍼그룹을 만들기 위한 정략적인 결혼이었다는 의혹은 불식시켰지만, 그들이 왜 다른 당에 입당을 하였고, 결혼 생활 내내 서로 소통하지 못했는가 하는 점은 우리 모두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이다. 이는 부부 간에 서로 신뢰가 없이는 아무 것도 될 수 없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한다. 우리는 모두 서로를 믿고 사랑하자. 그리고 P와 K는 이번 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으니 이혼을 권고 하는 바이다.




 그들의 기자회견 다음 날, 세상은 온통 난리 법석이 났다. 각 종 신문의 1, 2면은 그들의 이혼소식을 분, 초 단위로 상세히 기록해 놓고 있었고, 앞으로 그들의 이혼이 경제와 정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 논설위원들이 각각의 의견을 떠들썩하게 적어 놓았다.






 내가 몇 십년동안 즐겨 봐왔던 일요신문의 1면에는 <사기업이 장악한 온 국민의 개인정보 유출 이대로 좋은가>라는 제목의, 분위기 파악 못하는 헤드라인을 보았다.




 그 자살하겠다는 고객을 마지막으로 나는 당분간 BGM상담을 받지 않겠다고 비서에게 알렸다. 이제부터 조금 더 집중을 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창밖은 신문지빛 하늘이었다. 해가 뜨는 걸 본지가 얼마나 되었던가. 나는 즉시 나의 BGM을 새소리와 물소리가 나는 <Forest>라는 음반으로 갈아 끼웠다.



 컴퓨터 바탕화면에 VIP라는 폴더를 열어 각각 제목이 K와 P라고 된 파일을 삭제 했다. 다음 타깃은 누구로 해야 할까. 이제 P를 제거 했으니, 당내 경선은 문제없겠고, 사자당의 K도 지금쯤 정신 못 차리고 있겠지.

 며칠 좀 쉬면서 작곡가 박봉의 파일이나 좀 읽어봐야겠다. 이제 2집 앨범을 낼 때도 되었으니…아니 소설가 이듬의 파일을 좀 들여다볼까? 이참에 소설집을 하나 내는 것도 좋은 휴식이 될 것 같다.

 



 누군가의 삶을 몰래 숨어 훔쳐보는 것도, 생각을 도둑질하는 것도 정작 본인들은 아무 관심이 없다. 죄책감도 들지 않는 쉽고 재밌는 일이다. 이제 누구의 생각을 훔쳐볼까. 이 세상을 삼켜볼까?


P.S. 아차, 내 진.짜. 소개가 너무 늦었군.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이렇게도 수다스럽게 이야기를 늘어놓을 수 있는 나라는 작자는 과연 누구인가 궁금해 할 것 같다. 나는 앞서 말했듯 MT레코드의 개인BGM선곡가의 총괄지휘자이다. 그리고 BGM선곡을 위해서 MT그룹에서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들의 생각 녹음기 파일을 받아 총 관리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어때 이 이야기가 재미있었나? 내가 수집한 당신들의 생각녹음기 파일을 종합해보자면, 당신들은 분명 이런 류의 가십거리를 좋아하는 것이 확실한데, 어 때 내 진단이 확실한 건가? 괜찮았다면 내 비서를 통해서 보너스를 좀 입금 시켜줬으면 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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