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6학년 서예시간. 늘 간식시간이나 점심시간 이후가 서예시간인 경우가 많아서 교실에 들어오면 수업 전에 환기를 ‘시키고’, 간단히 청소를 ‘시킨다’.
그래 어쩌면 나의 이 ‘시킨다’는 마인드가 오늘의 사건을 예고한 건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어김없이 교실 바닥 여기저기에 휴지 조각이 떨어져 있기에 난,
“00아. 니 책상아래 휴지 좀 줍거라.”,
“당번은 나와서 바닥 좀 쓸거라.”,
“칠판을 깨끗하게 좀 지워줄 사람?”
이라고 외치며 교실 정리에 여념이 없었다.
그 때 오정철이 정신없는 나에게 다가와서 묻는다.
“선생님, 장래 희망이 뭐였어요?”
“응, 왜?”
“그냥요...........뭐였어요?”
“음, 경찰관............ 무술 잘하는 경찰관”
오정철. 피식, 입꼬리 한 쪽 올라가며,
“선생님, 제 장래 희망은 뭔 줄 아세요?”
녀석 새삼 진지하게 묻는다.
그래, 니가 내게 말하고 싶었던 게로구나, 너의 장래희망을.
나는 정철의 눈을 따뜻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정철아, 니 장래 희망이 뭔데?”
“선생님이요.”
“우와~! 정말?”
“할머니들 가르치는 선생님이요!”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오잉? 왜 할머니들 가르치고 싶은데?”
무섭게 쳐다본다.
“선생님이 할머니가 되면................
제가 선생님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돼서.....................
<할머니 여기 쓰레기 주우세요, 저기 걸레 좀 빨아오세요.> 라고 명령하려고요.”
헉
나의 반응보다 더 재빨리 메롱을 날리며 자리를 뜨는 오정철.
등골이 오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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